

2024년 11월의 가을이 끝나고, 우리는 첫눈을 기다리고 있었다.
유난히 길면서도 짧았던 1년의 마무리.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했던 유우나기 고교 덕분에 일 년 내내
떠들썩했던 미즈모리 마을도 이제는 차분히 겨울을 맞이하고 있었다.
찬바람이 축제의 시끌벅적함을 쓸어간 것 같았다. 한 해 동안 행사와 촬영으로 떠들썩했던 시골 마을이었지만 이제는 사람들의 목소리보다 바닷바람 소리가 먼저 귀를 스쳤다.
거리에는 타이야키와 고기만두 냄새가 풍겼고, 어른들은 폭설을 대비해 지붕을 수리하기도 했다.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지난 계절 내내 10주년 행사로 바빴던 유우나기 고교의 학생들도 조금은 한가로운 일상을 되찾을 즘이었다.
정기 조례로 강당에 모인 학생들의 앞에 나타난 건 학생회장이 아닌,
얼굴 보기가 하늘에 별 따기인 교장이었다.
교장은 의아함이 담긴 학생들의 웅성거림을 신경 쓰지 않는 듯, 웃으며 말했다.
“유우나기 고교가 10주년을 맞은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죠.
지난 시간 동안 우리 학생들이 보여준 무대와 웃음들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아이돌을 준비하는 학생이 아닌
완벽한 아이돌 그 자체였죠. 제 기대보다 더 성장한 우리 학생들을 보며,
제가 더 성장할 수 있던시간들이었습니다.”
교장의 칭찬에 학생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서로를 마주보며 웃으며 서로의 노력을 칭찬했다.
교장은 잠시 그런 모습을 바라보다가, 입을 떼었다.
“제가 오늘 조례에 나온 이유는, 단순히 훈훈하게 추억을 되새기고자 나온 것이 아닙니다.”
교장의 말에 강당은 다시 조용해졌다. 교장은 여전히 웃는 얼굴이었다.
“10주년을 맞이한 올해를 이렇게 보내기에는 조금 섭섭한 것 같아,
우리 학생들에게 과제를 하나 낼까 합니다. 학생들은 일주일 후 2주 동안 도쿄합숙을 떠나게 됩니다.
도쿄 합숙 기간 동안 제가 마련한 무대들에서 라이브나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이 무대들을 통해 2주 동안 누적 관객 10만 명을 모으는 것, 제가 여러분에게 내는 과제입니다.”
강당 안의 웅성거림은 아까보다 더 커졌다.
단순히 도쿄 합숙이라는 말에 좋아하던 학생들의 낯빛에는 걱정이 어렸다.
10만 명이라니, 어느 정도의 숫자인 거야? 미즈모리 마을 인구보다 많은 숫자 아냐?
계속되는 학생들의 걱정에, 교장은 한 손을 들어 강당의 웅성거림을 어느정도 정리했다.
“단순히 과제만 내주면 재미가 없죠. 학생들이 누적 관객 10만 명을 모으는 것에 성공 할 경우,
참가한 모든 유닛에게 도쿄돔 콘서트를 열어주겠습니다.”
“그럼 남은 시간동안 준비를 잘해서, 여러분에게 기대를 건 이들을 만족시켜주길 바랍니다.”
도쿄돔이라는 말에 정신을 못 차리는 학생들을 그대로 둔 채, 교장은 강당을 나갔다.
교장이 퇴장하자마자, 강당은 비명에 가까울 정도의 환호들로 가득 찼다.
유명 아이돌도 마음대로 못가는 도쿄돔에 우리가 갈 수 있다니!
몇몇 학생은 믿을 수 없는 듯 다른 친구들을 잡아 흔들었고,
몇몇은 벌써부터 계획을 세우는 듯 유닛원을 부르기 바빴다.
일주일 남은 도쿄합숙.
모아야하는 누적 관객 수는 10만 명.
우리는 익숙하지 않은 도시의 불빛 속에 묻히지 않고,
빛을 받아 더 큰 반짝임으로 빛나는 1등성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