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니 뗀 고양이에 부뚜막이 먼저 올라간다더니... 권투를 빕니다. "
눈을 지그시 감고 지적인 표정으로 감상에 빠지곤, 그럴싸한 언변을 휘날리며 코에 걸친 안경을 치켜세운다. 고개는 살짝 아래로, 그래야 시선이 내려가니까. 눈은 살짝 위로 뜨고 '당신을 간파하고 있어요.'라는 듯 입꼬리를 슬쩍 올린다. 안경알은 먼지 하나 용서 못한다는 주의인지 제 손바닥보다 조금 큰 안경닦이를 주머니에 꼭 꼽고 다니며 자주 닦아준다. 뽀득뽀득 문지른 후 두 손은 가지런히 안경다리를 잡고 새끼손가락을 살짝 들고 기품있게 착용하는 것이 그의 미학이다. 그렇다. 그는 자신의 무언가에 취하다 못해 찌들어 있다.
자기애ㅣ우아하다ㅣ냉대한ㅣ똑똑하다¿
"God Breath You... 무슨 뜻인지는 아십니까? 신의 가오가 있기를, 입니다."
쯧쯧 하고 혀를 찼다. 바로 앞에 사람을 둬 놓고는 대화하는 내내 신경질적인 태도며 아는 게 있느냐며 깔보는 행동양상이며... 협상을 하자는 사람이 맞기는 한 건지 영 커뮤니케이션이 안되는 남자였다. 만나기 전에 통화로 이야기하던 사람은 이렇지 않았는데, 어찌나 깍듯하고 예의 바랐는데... 누군가를 싸악 훑어보고 파악이 되거든 값어치를 매기는 게 분명하다. 그러는 와중에도 자신은 어찌나 우아하게 고자세를 취하고 있는지, 저 위에는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말도 어찌나 어렵게 하던지. 상대가 못 알아듣는 난잡한 언어만 사용했다. 근데, 그 뜻이 맞던가?

10월 1일, 천칭자리.
남들과 경쟁을 철저히 피하는 평화주의자... 라는 별자리상과 다르게 질투시기가 강하며 욕심이 많은 편.
아버지는 유명한 칼럼니스트, 어머니는 일류대학 교수. 어머니는 말할 것도 없으며 아버지 또한 활동 분야가 사회문학이다 보니 집안 학구열이 대단한 편이다. 분위기를 따라서 중학생 시절부터 공부는 꾸준히 해 왔으며 성적 또한 최상위권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로도 변함없으며 여전히 부모님의 기대치에 맞도록 학업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언어 마술사]
그가 추구하는 우아함에 맞지 않게 머리는 좋지 않다. 특히나 맞춤법을 항상, 언제나, 변함없이 틀리는데 본인은 한결같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음. 이제는 주변 사람들이 컨셉인가보다 하고 넘어갈 정도다.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급으로 다수를 당황케 했던 그의 언어는 "나보고 일해라 절해라 하지 말아.", "나는 멘토로 삶기 좋은 인물", "요즘 곱셈 추위라고 아무도 안 오는 게냐."
[시력]
안경을 벗으나 쓰나 이름표는 잘 읽기 때문에 시력이 아주 못 쓸 정도로 나쁘지 않아 보인다. 트레이닝 시간에는 거슬린다고 들고 다니는 고급 안경집에 모셔두고, 이따금씩 벗고 등교하는 경우도 보인다. 안경알도 두텁지 않고 렌즈보다는 유리에 가까운, 얇쌍한 모양인 걸 보니 패션 아이템으로 쓰고 다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예절교육]
어릴 적부터 보고 자란 환경 탓도 있겠지만 본인이 정한 터울을 지키고 싶어함이 더욱 드러나는 부분이다. 누구를 대하든 존댓말을 사용한다. 물론 말은 비꼬아 할지언정 상대를 낮추어 부르는 일은 없다. 제법 큰 키로 상대를 제압하겠단 눈빛을 보내면 무서울지도 모르니까. 정말 가끔 그를 속된 말로 '빡치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면 용서하지 않고 무차별 폭언을 할 것 같지만...
